ㆍ학업 스트레스·부모와 갈등 탓…범죄 노출도 심각
한국 사회의 어린이 둘 중 한 명은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행복’이란 단어에 고개를 저은 것이다. 어린이 대상범죄도 해마다 늘어 어려서부터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제88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방정환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5437명을 대상으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53.9%만이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동일한 지수 조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6개국 어린이들은 평균 84.8%가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어린이들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삶의 만족도’ ‘주관적 행복’ ‘학교생활 만족’ 등 6개 부문을 합산해 점수로 표준화한 ‘주관적 행복’ 지수에서도 65.1점으로 비교 대상 25개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어린이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결과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중 49.4%가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답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 스트레스는 더 커져 고3 학생의 경우 84.1%가 이를 호소했다. 대화 단절 등 부모와의 갈등도 요인으로 꼽혔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24.4%가 부모 관련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고생들은 절반 가까이가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온갖 범죄나 교통사고에도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005년 738건에서 지난해 101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학대도 2001년 4133건에서 2008년 957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5년간 어린이 107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해마다 9000여건의 아동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어려서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대한민국 사회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구조의 모순을 알면서도 부모들이 학업경쟁에 아이들을 내몰며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허남순 교수는 “한국의 어린이들은 부모가 정해준 학교·학원에 다니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과 재미를 잊어간다”며 “부모의 말만 따르며 수동적으로 사는 어린이의 삶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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