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세상돌아가는 이야기

대마불사는 없다. 국제금융시장의 위기! 미국 경제의 위기!

위원장님 2008. 9. 16. 15:38

자산 6000억달러, 매출 600억 달러의 금융공룡이 쓰러졌다. 리먼이 쓰러지면 다음 타자로 확실시 되던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몇시간 만에 리먼은 부도를 신청하고 말았다. 외신은 메릴린치는 불과 24시간에서 72시간을 버틸 수 있는 현금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아찔한 소식을 전했다. 리먼은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없었고, 메릴린치는 내일을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던 아찔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여전히 미국발 금융위기는 최악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계속 나락으로 빠져 나가고 있으며, 그린스펀 전 연방은행 총재는 "현시기는 100년에 한번 오는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100년에는 1929년의 대공황도 포함된다. 그린스펀은 지금의 금융위기를 대공황 시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린스펀 자신이 만들어 낸 저금리로 인해 지금의 부동산 폭락과 모기지 금융자산의 휴지조각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전직 연방은행 총재로서는 참으로 뻔뻔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그 무게감은 여전히 무겁다.

 

그 와중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산업은행이 저 금융폭풍의 한복판에 빠질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것 때문이다. 그리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라, 불과 5일전까지 진행중이던 시나리오였다.

 

지난 9일,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포기한다는 선언이 나온 직후 리먼의 주가는 역사상 최저가를 갱신하면서 폭락했고, 금융시장은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를 돌려 말한다면 산업은행은 미국 금융역사상 최악의 봉 역할을 할 뻔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세계적인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마당에, 우리의 산업은행은 그야말로 씩씩하고 용감했다. 리먼의 최우수 인력과 인프라를 인수해 엄청난 도약의 계기를 삼을 수 있다는 황금빛 시나리오를 남발하고 있었다.

 

물론 산업은행의 생각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세계 4위의 투자은행 인수를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 금융시장의 한복판에 서게 되고, 엄청난 유무형의 자산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약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수익도 클 것이다.

 

그러나, 분명 산업은행은 아직까지는 '공적 기관'이다. 민간은행처럼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모험을 치를 수 있을만큼 '유연'하지는 않다. 최소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은 해 주었어야 했다.

 

필요한 설명은 딱 두가지이다. 왜 전세계의 다른 금융기관은 '저렇게 싸게 널부러져 있는 매물'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가? 왜 산업은행의 인수소식이 들려오자 '뉴욕 증시 전체가 폭등'하는 환호성을 질렀는가?

 

중동이나 중국의 자금은 "국방상의 이유"로 거부했다고 치자.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는 아직도 넘쳐나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관들도 수두룩한 와중에 왜 산업은행만 이렇게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지, 왜 미국 증시는 '엄청난 호구를 만난 듯' 주가 폭등으로 환호했는지 대한민국은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당시, 인수의 득실을 가늠하면서 황금빛 전망을 남발했던 국내언론들이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금융선진국"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기자 역시 한국금융의 획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기회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데스크 칼럼을 통해 "'헐값 인수'나 다름없다"고 부추키고,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고 환호했던 조선일보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묻는 저 두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헐값은 불과 다음날 절반으로 폭락했고, 3일후 파산했다. 세계 일류라는 리먼은 하루를 더 버틸 자금이 없어 허덕이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은 한방에 6천억달러 (600조원) 자산의 부실덩어리를 안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조선일보는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 고속도로'를 까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국발 부실부동산 채권이 그 고속도로를 타고 한국시장을 직격할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하기사, 이 모든 논의가 가능한 것은 한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불과 10년전,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그 모진 수모를 당해야 했던 기억을 딛고, '잃어버린 10년' 동안 피땀흘려 벌어 놓은 외화가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배부른 논의이다. 깡통처럼 덜그럭거리는 외환보유고를 안고 취임한 김대중 전대통령도, 그로 인해 파생된 수백만의 신용불량자와 무수히 쓰러져간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떠맡아야 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은 결코 할 수 없는 "사치스런 고민"이었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지금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 외화를 어떻게 벌었는지, '위기는 결코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기초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용감하다. 최악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 회복을 위한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한국의 중산층과 서민들은 현 정부처럼 용감하지 못할 것이다. 공짜로 지갑을 줏은 이명박 정부는 그 지갑을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워 했던 국민들의 눈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먼을 인수할까 말까"하는 배부른 고민을 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에 비해 참으로 행복한 정부이다.

 

아직도 위기는 진행중이다. 최고의 여건을 가진 채 출발한 이명박 정부, 그들의 위기대응은 전임정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휘청거리는 월街 美 금융위기 중대 고비 美정부 공적자금 거부, ''大馬不死'' 깨져 "다음은 어디냐" 국제금융시장도 초긴장

 

미국 월가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 자본주의를 상징하던 세계 5대 투자은행 가운데 두 곳이 매각되거나,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갔다. 지난 3월 문을 닫은 베어스턴스를 포함하면, 올 들어 5대 투자은행 가운데 3곳이 무너졌다. 100여 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지난해 8월 본격화한 미 금융위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사상 최대인 2000억 달러의 공적 자금 투입 계획이 발표됐지만, 불과 1주일을 못 버티고 금융시장이 다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뉴욕시장이 문을 열기 전 거래된 선물(先物)거래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3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또 한국과 일본, 중국, 홍콩 등은 연휴로 장이 열리지 않았으나 대만,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의 아시아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세계금융시장은 미국발 위기로 다시 결정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

 

 

 

 

◆뿌리째 흔들리는 미국 투자은행(IB) 신화

 

14일(현지시각) 밤 미국 맨해튼 리먼브러더스 본사는 어수선했다. 각 방송국 카메라들이 몰려 있는 본사 건물에서 박스에 개인물품을 챙긴 리먼 직원들이 힘없이 걸어 나왔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거리의 투사(street fighter)'로 불린 리먼 직원들은 지난 주말 필사의 매각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며, 결국 파산의 길로 들어선 본사를 떠났다.

 

같은 시각, 월가의 또 다른 대표주자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인수됐다. 지난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간과 더불어, BOA는 상업은행이다.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는 전통적인 상업은행이, 그동안 금융혁신을 선도하며 월가의 선두를 차지했던 투자은행의 시신을 수습하는 형국이다.

 

투자은행의 몰락은 스스로 자랑하며 판매했던 '고도 금융 상품'이 폭탄을 탑재한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러 모기지 대출을 한데 합치고, 여기에 보증 상품을 넣은 뒤, 잘게 썰어 증권형태로 판매한 금융상품이 부실해지자, 이 비즈니스가 주업이었던 투자은행들이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더 이상 대마불사는 없다

 

리먼의 파산보호신청과 메릴린치의 전격적인 매각은 미 금융위기 해법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어스턴스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구제조치에서 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집어넣었던 미국 재무부가 이번에는 완강히 버티며, 시장 원리를 강조했다.

 

월가는 애초 리먼의 인수를 놓고, 미 정부와 '벼랑끝 힘겨루기'를 벌였다. 지난 3분기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39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궁지에 몰린 리먼을 삼키려던 바클레이즈와 BOA는 리먼 인수 후 발생할 잠재적 부실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더 이상 납세자의 돈을 집어넣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이미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제2, 제3의 리먼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메릴린치의 매각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텨봐야 더 이상 정부에 기댈 것이 없다는 계산이 서자, 메릴린치와 BOA는 전격 인수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대형 은행과 증권회사들도 개별적인 금융회사의 몰락이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미국 월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미국 금융위기는 아직도 더 많은 피를 요구한다. 다음 '희생자 명단'엔 이미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등이 올라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이번 금융위기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정도의 사건"이라며 "또 다른 메이저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먼브러더스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는 독일계 이민자 헨리 리먼(Lehman)이 1850년에 형제들과 동업해서 세운 포목상을 기초로 성장한 회사.

 

애초 면화 농가와 상품 거래를 하다가 이후 철도건설 금융에 참여하면서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정부·기업 채권을 거래하면서 월스트리트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IT(정보통신)주 거품 붕괴로 위기를 겪었고, 2001년 9·11 테러 때는 본사가 위치한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불운도 따랐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다 작년부터 불거진 서브프라임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올 들어 주가가 95%나 하락했다. 2007년 기준 총 자산규모는 6900억 달러, 매출액은 약 600억 달러.

 

메릴린치

 

메릴린치는 플로리다 주 출신의 찰스 메릴(Merrill)이 1914년에 세웠으며,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마을의 '대로'라는 의미)로'를 모토로, 미국 가정에 주식투자의 붐을 일으켰다. 메릴린치는 1959년 증권업계 1위로 떠올랐고, 10년 뒤인 1969년부터는 투자신탁 등 타 업종까지 영업을 확대해 왔다. 15일 현재 메릴린치의 총자본 규모는 348억 달러. 전 세계 40개국에 진출해 1조6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한다.

 

직원 수는 약 6만 명이며, 포천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30위. 메릴린치는 매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부자가 몇 명이나 되고, 그들은 어떤 형태의 투자를 하는지 분석한 '세계부자보고서'를 낸다.